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를 소개한다. 아무런 기대 없이 봤는데, 시종일관 뭔가 쫄깃한 기분으로 보게 되었고, 마지막에는 허무함과 섬뜩함이 함께 몰려오는 영화다. 제목은 비바리움이다. 공포영화로 분류되어 있지만, 살짝 애매한 느낌이 없지 않다.
본문에는 영화 비바리움의 줄거리와 결말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참조하시길 부탁드린다.
참고로, 비바리움은 연구의 목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말한다. (출처 : 나무 위키) 어쩌면 이 뜻만으로 이 영화를 미루어 짐작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줄거리)
평범한 학교 교사인 제마와 그의 남자 친구 톰은 집을 구하고 있던 중에, 우연히 공인중개소에 들르게 된다. 뭔가 표정이 묘한 공인중개사와 실내에 보이는 모두 똑같은 집의 모형들을 뒤로하고, 조건이 매우 훌륭하다는 말에 집 구경을 바로 하러 가게 된다.
과연 타운하우스라고 할지 똑같은 집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집들 중 9번으로 안내를 받게 되고, 안내를 받아 집안 곳곳을 구경하게 된다. 집은 널찍하고 아늑하고 나무랄 데 없어 보이는 가운데, 소개해주는 공인중개사의 표정이 뭔가 잔뜩 어색하고 인공적이다. 그가 순간 튀어나온 제마의 목소리와 말투를 복사 수준으로 흉내 내는 것도 왠지 오싹하다.
바깥 정원을 구경하던 중, 갑자기 사라진 공인중개사! 그들도 서둘러 그곳을 떠나려 하지만, 가도 가도 결국 돌아오는 곳은 바로 9번 집 앞!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싶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들은 여기를 벗어날 수 없다. 심지어 집에 불을 질러보지만, 활활 타오르던 집이 아침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지쳐 잠이 든 그들 앞에 놓인 상자 속에는 아기가 들어있다. "아이를 기르면 풀려날 것이다"라는 간단한 메시지와 함께. 그들은 그렇게 9번 집에서의 생활을 알 수 없는 아기와 함께 시작하게 되는데,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알아서 제공이 되고, 아이만을 돌보면서 서서히 지쳐가게 된다.
그런데 이 아이도 뭔가 심상치 않은 게 89일 만에 보통 6~7세 아이만큼 자라고, 의사소통 방식 또한 이상하다. 배가 고프면 비명을 지르고, 제마와 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하면서 그들의 말투와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이 전혀 아이답지 않고 굉장히 괴기스럽다. 가끔 이상한 화면을 보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그들은 그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인정하기가 쉽지가 않다.
시간은 흐르고, 지칠 대로 지쳤지만 여전히 탈출을 꿈꾸는 제마와 톰! 톰은 우연히 정원의 잔디 아래 흙을 발견하고 그날부터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게 그의 일상이 되고, 아이는 어느새 자라서 어른의 모습이다. 아이가 어른의 모습이 되고 나서는 묘하게 제마와 톰은 그 집에서 밀려나거나 섞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이였을 때는 그들이 보호했다면, 이젠 그들의 필요성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다. 그리고 뭔가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굉장히 낯선 모습을 보이는 아이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제마와 톰이다.
어느새 톰이 판 땅굴이 엄청난 깊이에 이르는데, 어느 날 그는 거기서 깜짝 놀랄 것을 발견하고, 시름시름 앓게 되는데, 아이는 아픈 톰과 제마를 집에 들여주지도 않는 가운데, 제마와 톰은 과거의 시절을 추억하며, 톰이 숨을 거둔다.
그때 갑자기 상자를 들고 나타난 아이! 그 속에는 커다란 압축팩이 들어있고, 그 용도는 시체를 넣는 것이다. 톰은 그 속에 넣어지고, 자신의 판 땅굴 속에 내던져지게 된다. 톰의 죽음에 멘털이 나간 제마 역시 아이를 해치려고 해 보지만, 결국 자신은 여기서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결국 그녀 역시 숨을 거두게 되고, 그런 그녀 역시 압축팩에 넣어진 채 톰이 던져진 땅굴로 던져지게 된다.
그렇게 제마와 톰이 사라진 집에서 어른이 된 아이는 제마와 톰이 타고 온 차에 기름을 채운 다음, 처음 그들을 소개했던 공인중개사로 간다. 그곳에는 공인중개사가 숨져있고, 그 공인중개사 역시 진공팩에 담겨 처리되고, 그 자리에 같은 이름을 달고 앉은 아이의 모습이 이 영화의 엔딩이다.
후기)
알고 보면 상상도 못 할 내용이라 꽤 새롭다. 그들이 왜 거기에 갇혔는지 왜 나오지 못하는지 그 모든 것이 미스터리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나름의 쫄깃함을 안고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내용이다. 익사이팅하지 않고, 시종일관 조용하고 묘한 분위기로 그려지는 것이 꽤 불편함과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전체를 다 보고 나면, 좀 허무해지기도 한다. 그들의 존재는 무엇이며, 그들은 왜 인간에게 길러져야 하는지, 또 결국 그렇게 길러진 후에 가는 자리가 공인중개사라니. 게다가 이 지구 안에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좀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탈출할 수 없었던 것인가.
영화는 아무런 답도 설명도 없다. 그냥 그 현실만은 보여줄 뿐이고, 판단은 보는 이의 몫이다.
거대한 무한루프 안의 작은 나사를 계속해서 끼워주는 소모품으로 인간을 이용한다는 내용인가 싶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은 그들만의 집을 원했을 뿐인데, 결국 그 집에 대한 욕망이 그들을 파멸로 이끌었다는 점이 씁쓸하다.
나름 신선하고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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