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다큐영화, 그대가 조국을 보고 왔다.
그대가 조국이란 이름이 중의적이다. 이승준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이고, 12세 관람가이며, 러닝 타임은 124분이다. 개봉은 5월 25일 날 했다. 글을 쓰는 지금 관객수는 벌써 15만 명이 넘었다. 꽤 관심도가 높은 영화인가 보다. 내가 관람했을 때도 하루에 딱 두 번 상영하는 회차였지만,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큐영화치고는 엄청난 반응 같다. 게다가 펀딩으로 26억 원을 모금했다고 한다.
줄거리
그대가 조국은 2019년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 민정수석이 지명되면서부터 벌어진 그 이후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시간을 거슬러 복기해 보는 다큐영화다.
지명이 된 시점부터 조국에 대한 무수한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온 나라가 그야말로 들썩였었다. 정말 거대한 파도나 쓰나미라고 할 정도의 보도와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사람들은 뭔가 그가 굉장한 나쁜 일들에 연루되어 있다는 심증을 가지게 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의 부인과 가족, 친적, 어머니까지도 모두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그 난리에도 인사청문회는 열렸고, 유례없이 청문회가 끝나기 전에 조국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사문서 위조 등으로 조사 한번 없이 기소를 당하게 되지만, 대통령은 그를 법무부 장관으로 결국 지명한다.
검찰에서는 그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상당히 우려하는 듯한 모습으로, 70곳이 넘는 압수수색을 비롯해서 대규모의 검찰 조사단이 이 사건들을 담당하며 일사천리로 수사가 이어졌다. 지나친 수사에 대한 반발로 서초동에서는 대규모의 검찰개혁 집회가 열리기도 했고, 그 반대 집회 또한 대규모로 일어나기도 했던 일이 생생하다.
요란했던 그 무수히 많은 의혹들이 무색할 만큼 결국 남은 것은 딸 조민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뿐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날, 정경심 교수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고, 딸 조민은 대학과 대학원 입학이 취소된 고졸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 이 사건들은 진행 중이다.
영화는 그 사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꼼꼼히 복기해가며 재조명하고 있고, 그 과정들 속에서 우리가 감히 상상도 못 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조국은 아직도 그 일들 속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다.
후기
영화를 보고 나서의 소감은 먼저 상당히 두려웠다.
적어도 지금 우리 사회는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면서 모든 면에서 풍족하고, 자유로우며, 그 누구도 나의 권리가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시대인데, 이런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동안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왜?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평범한 소시민들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남의 일처럼 치부해버리고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있을까. 우리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정말 공정하게 모든 면에서 평등하게 권리를 주장하며 나의 결백을 밝힐 수 있을까. 적어도 내가 타깃이 된다면 그건 아무 소용없을 거란 생각에 가장 두려웠다. 우리 중 누구가 그 타깃이 되지 않으리란 법이 있겠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거운 마음으로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래도 묵묵히 그리고 담담히 그 자리를 지키며 온몸으로 인내하며 싸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참 가슴시려왔다.
포스터의 카피가 의미심장하다.
이젠, 그대가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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