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포크의 추억. 다큐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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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포크의 추억. 다큐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by yourstarry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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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 된 노래.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노래였지만, 뭔가 쿵하고 내 가슴을 내리치는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알게 된 정태춘, 그리고 그 못지않은 천부적인 음악가로 타고난 아내 박은옥까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통해 새롭게 만나보았던 후기를 남겨본다. 상영관은 CGV와 메가박스, 여러 독립영화관 등이다. 생각보다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영화 포스터
아치의 노래 정태춘 포스터



줄거리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포크계의 음유시인 정태춘의 일대기를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참고로, 아치는 그가 키우는 앵무새의 이름이다. 하지만 아치의 노래라는 곡의 가사를 보면 아치는 아치인 것 같으면서도 정태춘 자신 같기도 하다.

평택 시골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막둥이 정태춘은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의 재능을 보이며, 현악기와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그런 그가 대학을 실패하고 음악에 매진하여 우연한 기회로 발탁되어 세상에 발표한 "시인의 마을", "촛불" 같은 포크송들로 혜성과 같이 등장하며 많은 인기를 누렸고, 그해 신인상까지 수상하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지만, 그다음으로 그가 야심 차게 발표한 앨범들은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음악을 위해 도시로 상경한 그는 도시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적응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적응을 하는 듯 보였다. 그의 음악이 사랑을 받아도, 그에게는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저런 세상의 불합리함에 지쳐가면서도 그는 음악을 계속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 그의 곁에는 박은옥이라는 영혼의 동반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발표한 노래들은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그대로 관통하며, 굵직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한 획을 그으며 그만의 몫을 담당해내고 있었다.

과거 독재정부 시절의 약자들 편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늘 앞장서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힘든 서민들의 투쟁에 받은 부름은 거절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독재 시절 노래 사전 심의에 대한 대대적인 저항을 시작하여 기소까지 당하지만, 5년의 외로운 투쟁 끝에 결국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며, 사전심의가 철폐되었고, 지금의 자유로운 예술창작의 기반을 만들어낸 대단한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978년부터 시작하여 2022년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그의 노래는 계속되고 있다.



후기

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보고 나서 내가 느낀 것은 노래란 과연 그냥 노래인가 하는 것이다. 그의 노래는 그냥 노래가 아니었다.

 

그의 노래는 그냥 세상 그 자체였다.

나와 다른 세상을 살았고, 다른 감성을 가졌고, 어찌 보면 촌스러운 듯한 느낌 가득한 노래들에서 이 강렬하고 압도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만큼 그의 목소리와 그의 노래 속 메시지는 너무나 강렬하고 발랐다. 그의 목소리에 박은옥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그 시너지는 어마어마해진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단지 인기나 돈에 영합한 스타가 되고자 했다면 그는 그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가 있었을까. 서슬 퍼런 독재 시절 5.18을 노래하고, 전교조를 응원하는데 앞장서고, 사회의 약자들의 일들에 같이 아파하는 그의 노래들은 그냥 현대사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음악이라는 방식을 택했을 뿐, 그는 우리 현대사의 거대한 투사였다. 지금의 우리네 이 안락한 세상은 적어도 그에게 어느 정도는 빚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 그가 너무나 멋있다.

마치 한 편의 웅장한 뮤지컬을 본 듯한 느낌으로, 한 곡 한 곡 공연 실황을 볼 때마다 내내 울컥하고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중에서도 '92년 장마, 종로에서'라는 곡을 부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숨이 멎는 것 같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의 모든 노래들이 허투 룬 노래가 하나도 없었다. 이제껏 이런 감동을 내가 받아보았나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제껏 보아온 수많은 콘서트와 공연들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훨 훨" 이란 그 음성이 귓가를 떠나질 않는다.

지금 케이팝이 이렇게 번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시작은 사전검열의 폐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의 노래들이 지금의 감성과 코드를 대변하고 대세라고 해도 세상에는 이런 또 다른 노래들도 존재하고, 그 존재만으로 너무나 귀하다. 음악과 메시지가 같을 수 있다는 것, 지금은 찾기 힘드니 말이다.

그들의 노래를 다시 찾아들어보려고 한다. 이 감동은 당분간은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삶은 쉽게 혹은 어렵게 이어지듯이, 그들의 마지막 무대는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정태춘과 박은옥의 노래. 끊임없이 지금처럼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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