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탱한 라이프를 지향하는 집사의 일기를 시작한다.

어느 추운 겨울날 

그 역사는 시작된다.

 

어린 시절, 다들 잠든 밤에 괴상한 소리를 내며 울어대고, 사람만 보면 어느새 연기처럼 훅훅 사라져 버리던 고양이들이 나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구전동화 속에는 고양이들이 앙심을 품으면 대대로 저주를 받는다는 내용까지 더해져 왠지 모르게 나는 그들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즈음 나는 고양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었는데, 그건 아마도 아는 언니가 고양이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하면서 고양이의 귀여움을 다시 마주하게 된 계기가 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길을 다니다 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고양이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 속에서 마냥 귀엽고 이쁘기만 했던 고양이들은 고단한 길 생활에서는 그리 빛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슬프고 힘들어 보였다. 몸단장도 제대로 못한 지저분한 몰골을 하고 배고파하며 이곳저곳을  먹을 것을 찾아 기웃거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하나씩 둘씩 무언가를 챙겨주기 시작하다가 나는 어느새 캣맘이 되어버렸다.

 

마냥 동경만 하던 냥 덕후, 정작은 고양이를  만지기조차 무서워하던 내가 어쩌다 보니 캣맘이 되어있었고, 고양이에게 밥 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의 날 선 시선을 피해 날마다 밤마다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조공하고 있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고양이들이 겪는 고단할 수밖에 없는 삶과 그들만의 진정한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었던 것 같다.

 

날씨가 영하 10도로 내려간 한파의 어느 겨울 낮, 볕이 좋은 화단에 모여있는 아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나눠주던

 

그때,

 

그곳에서 못 보던 아이가 나타났다.

 

 

나타나자마자 사료봉지에 얼굴을 묻고 허겁지겁 삼켜대더니 이내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이 아이!!!

 

"넌 누구니? 예쁜 코트를 입고 있네?"

 

 

그때  마침 나는 아메리칸 숏헤어의 매력에 빠져 있었고, 멋진 아메숏의 코트를 입고 나타난 이 아이가 더욱 눈에 띈 것도 사실이었다.

 

 

이 예쁜 고양이를 어쩐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