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쟁이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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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한 라이프(길냥이가 집냥이가 되기까지)

애교쟁이 오셨네.

by yourstarry 2021.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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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오후.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뒤로하고 길을 나선다.
오늘도 할 일을 했다는 나름 보람찬 기분이다. 그나저나 날이 너무너무 춥다. 꽁꽁 싸매고 나왔는데도 역시 한파는 매서웠다. 영하 10도라고 했던가. 그보다 낮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다들 어디서 어떻게 이 추위를 잘 이겨내고 있는 건지. 

나는 따뜻한 집으로 가면 되지만. 그렇게 길을 막 나서는데 어디선가 야옹.소리가 울려 퍼진다. 제법 구슬프게 계속 이어진다.

 

무슨 일이지?

 

돌아서는데 길목 초입에 아까 그 뉴페이스 아가가 떡허니 서서 나를 보며 계속 울어대는 것이 아닌가.

 

사정없이 울어대는 와중에 가까이 다가가니 이내 저도 두 걸음 다가와 내 다리에 옷에 사정없이 자기 머리를 들이박고
부비부비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애교를 부리면서도 야옹 소리도 잊지 않는다. 이 아이.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이리 많은 걸까.

 

아유 이쁜것.

 

길 아이들이 이런 친근감을 표시하는 건 경험상 진짜 흔한 일이 아닌데. 더구나 우린 오늘 처음 본 사인데.
다시 한번 이 아이 집 아이구나 확신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집을 어쩌다 나오게 된 걸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을 텐데. 이렇게 깨끗하고 애교 많은 이쁜 아인데.

비벼대는 아이를 보며 온갖 생각들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 추운 날씨에 집 아이가 가출한 거면 잘 지낼 수 있을까? 어쩌지? 

그때 가슴속에선 알 수 없는 묘한 갈등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의 예감은 진짜 신통한 게 맞음을 훗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햇살 좋은 오후

 

 

평소에 보던 길고양이 아이들과는 전혀 친분이 없어 보이는 이 아이.

나한테 지나치게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계속 비비적대고 울어대고, 

나는 그때 그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 너무 추운데, 나 좀 데려가 주면 안 돼?

어쩌지?
어쩌지?

 

 

갑작스런 길고양이 보쌈.

비비적대며 한껏 애교를 시전 하며 구슬프게 야옹야옹 울어대는 이 처음 본 고양이를 애써 외면하고 겨우 발걸음을 떼는데 이 녀석 도통 떨어지질 않는다. 울음소리는 더욱 커지고 구슬프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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