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아주 추운 어느 겨울날.
그래도 계속되는 길고양이들의 즐거운 식사시간.
볕이 좋은 화단에 길 아이들이 모여들어 하나 둘 식사를 마쳐가고 있는 즈음.
멋진 아메숏의 코트를 입고 어여쁜 용모로 다른 아이들을 헤치고 혜성같이 나타난 이 아이.
배가 고팠던지 다급하게 와서는 봉지에 담긴 사료를 와구와구 해치우더니 갑자기 다가와서는 사정없이 얼굴을 비벼댄다. 추워서인지 춥다고 하는 건지 쉴 새 없이 야옹야옹 구슬프게 울어 댄다. 거기에 자기 이마까지 들이대며 마구 비벼대고 야옹야옹거리면서 내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길고양이들에게 이런 애교를 받아보기는 진짜 처음인데 말이지.
어라? 뭐 이런 애가 다 있담?
그동안 보던 길고양이들도 이 아일 처음 본 건지 낯설어하며 곁에 있지 않고 슬금슬금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진짜 어디서 왔을까? 한 번도 못보던 아인데...
근데 자세히 보니 이 아이, 길 아이 치고는 너무 깨끗했다.
그리고 사람을 너무 좋아했다.
다른 고양이 친구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나에게만 이렇게 친근감을 표시하다니.
길고양이들은 대체로 사람들을 매우 경계하거나 피하거나 하는 게 정상인 걸 잘 알고 있기에.
이상하네.
집을 나왔나?
길을 잃었나?
집고양이가 어떤 사정으로 길로 나오게 되었으리란 생각이 들긴 했다.
인터넷 까페나 여러 정보를 통해서 가끔 집고양이들이 발정이 나거나 하는 이유로 갑작스러운 가출을 하는 경우가 있단 얘기를 꽤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다급히 찾아달라고 공고하는 게시물을 간간히 보고는 했다.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일단은 애써 외면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만나서 반가웠다.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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