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주인찾기 작전은 순조로운 듯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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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한 라이프(길냥이가 집냥이가 되기까지)

길냥이 주인찾기 작전은 순조로운 듯 했으나.

by yourstarry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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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밤이 되고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제일 크다는 인터넷 고양이 카페에 공고 글을 여러 번 올리고, 전단지도 수십 장을 만들어 붙여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수소문도 해보고, 내가 아는 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 했으니, 이제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도통 어디서도 아무런 연락이 오질 않았다.

 

과잉 애교에 냥냥거리며 수다스러운 이 녀석과 달리 나는 마음 한편이 자꾸 초조해지고 있었다.

 

 

 

그다음 날이 지나고, 또 며칠이 지나도, 어찌 된 일인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녀석을 발견했던 그 동네에 다시 찾아가 근처 주민분들께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더니,

한 할머니께서 이 녀석을 아는 게 아닌가.

내가 발견하기 며칠 전 갑자기 나타나서는 밤이면 울어대서 문을 열어주고 무릎에 재워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 녀석을 찾거나 아는 사람은 없었다고 하셨다.

 

이 녀석 집을 나온 게 아니라, 주인한테 버려진 걸까...

 

전단지를 그렇게 곳곳에 붙여놓았는데, 아일 잃어버린 주인이라면, 찾고 싶었다면 벌써 연락이 와도 왔었을 텐데.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쩌면 내가 이 아일 책임져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부담감이 짓눌러 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아이를 데려온 건 나니깐, 결국 내가 집사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겠지만 아직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일을 해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막연히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초조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모든 일은 내가 시작한 일인걸.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지도 모른단 막연한 두려움에 그렇게 마음이 복잡했었나 보다. 당장은 주인이 나타나길 좀 더 기다리며 아일 돌봐주는 수밖에는 없다 싶었다. 그러다 결국 집사가 되리란 결심도 같이 하고 있었지만.

 

이런 속도 모르고 녀석은 명랑했다.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시고, 화장실도 잘 가고 했다. 난생처음 고양이를 모시게 되니 아는 것 없는 나는 자동적으로 고양이들에 대한 공부를 반강제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며칠을 지내면서 녀석과 나는 제법 친해졌다. 하지만 처음 고양이를 반려하게 되면 고양이가 충분히 적응하여 다가올 때까지는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알고 있어서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은 자제하는 중이었다.

 

 

내가 뭔가 큰 일을 저질러 버렸구나.

싶었다.

 

길냥이 집냥이 되기 프로젝트 시작.

길냥이들을 챙겨주다 인연이 되어 어찌어찌 우리 집까지 입성한 이 녀석. 오들오들 떨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에게 매달리던 녀석의 주인을 찾아서 돌려보내 주려던 애초의 목적이 무색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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