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적 있는 업그레이드.
소재가 흥미롭다 싶었는데 케이블서 방영을 하는 거다. 잠시 동안 빠져들었다.
어느 날 괴한들의 습격으로 아내를 잃고 척추가 절단되어 전신마비가 된 주인공 그레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로 삶의 의미를 점차 잃어가고 있던 그때, 찾아온 어떤 이의 제안을 받고, 생체 이식 실험의 주인공이 되고, 수술 후 그는 이식한 시스템에 의해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되어 아내를 죽인 자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처절한 복수를 하게 된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그의 몸 속 시스템.
여기서 시스템의 이름은 스템.
몸 속의 스템과 그레이는 서로 대화를 주고 받고 협력을 하는데, 사실 주인공이 차마 하지 못하는 잔인한 일,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이 스템이 결정하고 저지른 일들이다.
감정 없는 스템은 일말의 가책도 없이 가차없이 살육을 저지른다. 주인공은 혼란스럽지만 복수심에 흔들려 스템에 조종당하게 되는데.
영화는 매우 빠르게 전개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액션의 신세계라 했는데, 액션이 너무 로봇 같아서 말 그대로 신세계의 액션이기는 했다. 전체적으로 B급 영화치고는 신선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남기는 메시지 같은 결말.
마지막에는 꽤 충격적인 반전이 있어 이건 남겨둔다.
요즘 AI 교육을 위한 데이터수집 같은 알바일들을 제법 하는 나는 이 영화가 왠지 먼 미래 같지가 않다. 여전히 영화 속 미래처럼 급속도로 앞을 향해 진보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니 말이다.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로봇은 진화의 끝에 결국 인간을 공격하게 되는 걸까. 이 영화만 봐도 고도의 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에게는 얼마나 위험한 존재로 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언젠가는 인간의 모든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머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하고 인간까지도 복제할 수 있게 되는 시대가 오더라도, 인간 그 자체로의 인간다움, 자연스러움. 이건 끝까지 지켜내야 할 고유함 그 자체로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잘 다듬어진 인간의 형상일지라도 로봇은 결코 인간이 될 순 없으니까.
나름 재미있으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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