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하루같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인생의 위기를 맞닥드린 순간부터 24시간 두뇌가 풀가동되고 있다. 늘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한다. 그건 바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다. 앞으로의 내 남은 인생을 책임질 먹거리는 무얼까 생각하는 것이다.
20년 남짓을 같은 일을 하여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일이 사양길을 걷고,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치자 이젠 막다른 길목에서 내 생계를 걱정해야 할 때가 오고 만 것이다.
적은 나이도 아니고 새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 도통 용기도 나지 않아. 한 동안 정말 멍하게 루저처럼 풀죽어서 시들시들 지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은 정말 바쁘게 지냈던 과거의 힘들었던 시간들보다 더 버텨내기가 힘들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회사가 살아남는 법, 등등 계속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비도 진짜 거의 하지 않고, 과거의 안일했던 생활과 결별을 선언했다. 긴축재정을 선언하고 보니 새삼 절약할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찾아보니 아직 시작은 못했지만 할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았다. 자격증을 준비하고, 나름의 앱테크를 열심히 하고, 할 수 있는 알바들도 시작하고, 작지만 상점을 시작하려고 준비도 하고, 그 와중에 SNS도 시작하고.
그러고 보니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진 않았고, 그동안 내가 세상살이에 참 무심했다 싶었다. 세상은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나는 그냥 과거의 나 그대로 고집스럽게 지내온 거다. 어른들이 변화하길 무서워하고 늘 고정돼 있다고 비판했던 내가 결국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었단 적나라한 사실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러면서 알게 된 새로운 세상들에 눈을 뜨면서 조금은 활기를 얻었다.
여러 가지를 시작하게 된 탓에 하루가 바빠졌고,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뭐라도 할 수 있겠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조금씩 회복하게 된 것 같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 된 듯 한 기분이었다. 김치국물을 너무 일찍 마시는 건 아닌가 싶지만, 비타민 복용이라 생각하고 일단은 되는대로 시작을 해보련다.
인생에는 기회가 꼭 몇 번은 찾아온다고 했다.
안이하게 지내온 삶에는 발전이 없다고 했던가.
지금 나의 이 위기는 곧 기회로 바뀔 것이다. 내 나이는 중요치가 않다. 일단 오늘이 내가 가장 젊고 예쁜 날이니까.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을 꿈꾸며 오늘도 잠을 청해본다.
'쓰고 싶은 거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가 집을 샀다. (0) | 2021.03.24 |
---|---|
똥 먹는 꿈을 꿨다. (2) | 2021.03.15 |
캣닢은 자라고. (0) | 2021.03.09 |
한평의 삶 (1) | 2021.03.08 |
스타벅스의 친절함. (0) | 2021.02.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