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고 지치고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하는 건 많은데 정말 이게 생산적이고 내 삶의 자양분이 되는 건가 싶은 의문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지만, 지나친 여유로움보다는 오히려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쁜 게 정신건강에는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하루하루다. 한동안 멍하게 보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앞일은 알 수 없지만 다들 그렇듯이 오늘 하루를 꽉 차게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걸로.
몸이 고단하면 자연스럽게 단 걸 원하게 되는 것 같다.
한창 빵을 만들어 먹던 시절에 종종 만들곤 했던 바스크치즈케이크가 생각 나 퇴근길에 생크림과 크림치즈를 얼른 데리고 왔다. 지친 하루에 나에게 주는 선물이랄까. 셀프라는 게 좀 아쉽지만.
자 이제 시작한다.
재료는 간단하다. 레시피북에 쓰여진 단 네 가지.
크림치즈 200g(보통 사면 1통 분량이다)
생크림 62g
계란 45g(1개 정도 분량)
설탕 45g
옵션으로 바닐라 익스트랙 몇 방울까지.
재료를 준비해본다. 베이킹의 생명은 정확한 계량이다.
구식이지만 제 역할 톡톡히 하는 저울까지 준비 완료!
이제 용기에 크림치즈를 담고 부드럽게 풀어준다.
크림치즈는 한두 시간 상온에 두어 부드럽게 만들어 쓰는 게 좋다. 치즈 덩어리가 뭉친 것 없이 잘 풀어주는데 이때 잘 되지 않으면 중탕으로 살짝 녹여주면 더 쉽게 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선지 잘 풀어지지 않아 뜨거운 물을 담은 용기에 올리고 다시 풀어주었다.
치즈가 나긋나긋하게 다 풀어지면 이때 설탕을 넣어준다. 나는 비정제 원당을 사용했다. 입자가 굵어서 일반 설탕에 비해 잘 녹지 않아 중탕으로 잘 녹여주었다. 크림치즈 농도는 아래 사진을 참조하면 된다.
설탕이 다 녹아서 잘 섞인 반죽에 실온에 꺼내놓은 계란 1개를 잘 풀어서 넣어준다.
이때 나는 바닐라 익스트랙을 5방울 정도 넣어주었다.
바닐라 익스트랙은 계란이 들어갈 때 혹 발생할 수 있는 비린내를 잡아주고 풍미 또한 올려준다. 다시 잘 섞어준다. 설탕이 주걱에 묻어서 녹질 않았다. 꼼꼼히 봤어야 하는데. 얼른 다시 섞어주었다.
반죽의 농도를 참고하면 거의 전을 부칠 때 반죽이나 우유 생크림처럼 묽다.
이제 여기에 마지막으로 생크림을 넣고 다시 잘 섞어주면 준비 끝! 치즈가 뭉친 게 없도록 잘 섞어준다.
다 섞인 듯하더라도 꼼꼼히 잘 섞어주어야 한다. 이 조화로운 섞임이 케이크의 농밀함을 좌우한다.
반죽을 섞을 때 거품기를 사용하기도 하나 이건 옵션이다.
이때 준비하면서 미리 오븐을 예열해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마지막 오븐행만 남았다.
오븐의 사양 따라 베이킹의 성패가 좌우되는데 전자레인지 겸용인 내 오븐으로는 250도에 40분 이상 걸렸다. 우녹스 같은 고사양 오븐은 정 레시피가 가능할 테지.(240도에 25~30분)
ㅜㅜ
반죽을 부어준 후 잡고 몇 번 바닥을 탕탕 쳐서 기포를 어느 정도 없애준 후 오븐행!
드디어 완성!
아주 근사하진 못하지만 그럭저럭 나왔다.
흔들어보니 케이크가 찰랑찰랑하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크림치즈의 풍부함이 배가된 맛에 달콤함과 생크림의 깊이까지 더해진 극강의 디저트다.
지금 바로 먹어도 너무 맛있지만, 하루 냉장고에 묵혀두면 그 맛의 깊이가 더해지니 일단 참고 냉장고로.
기다림은 길지만 먹는 건 단숨이라.
이게 베이킹의 미학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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